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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빅잡]기후위기와 불평등

등록일 2022-09-27


[빅데이터 연재/기고 ]


하나의 풍랑, 각자의 배

기후위기와 불평등 -


최정호

빅데이터 혁신공유대학 사업단 / 법학박사

 

8월 초 시간당 100ml로 쏟아진 비로 서울 강남 일대에 난리가 났었지요? 인명피해도 컸고, 빗물에 곳곳이 침수되었고, 차가 물에 둥둥 떠다니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9월 초에는 역대급 강한 태풍이었던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해서 또다시 커다란 피해를 낳기도 했지요. 두 사건은 다음날 외신에서도 접할 수 있었는데, 문득 이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사건을 더 들여다보면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어요. 8월 수도권 폭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9명이 숨졌는데, 상당수가 열악한 주거환경 또는 노동환경과 관련 있어요. 반지하 빌라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숨지고, 비 피해 현장을 복구하던 구청 소속 직원이 감전되어 사망했고,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건설노동자가 감전사했고, 노동자 숙소로 쓰이던 컨테이너가 매몰되어 그 안에서 잠을 자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답니다.

   

사건 이후 주거정책에 대한 말들이 많아졌어요. 반지하와 같은 열악한 주거가 너무 많이 퍼져있는데, 그런 곳에 살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 구조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요. 나아가 주거 형태에 집중할 때 놓치는 다른 문제도 함께 제시되고 있어요. 장애인, 노인, 영유아, 여성이 같은 재난에 대해 더 취약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은 전반적인 사회 안전망의 문제라는 점에서도 중요해요.


 



같은 폭우의 영향에 있었지만 쉽게 취약해진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이것은 바다에서 같은 풍랑을 만났지만 각자 다른 배를 탄 상황에 빗댈 수 있어요. 튼튼한 대형선박을 탄 사람은 웬만해선 별 탈이 없겠지만, 고무보트에 의지한 사람은 작은 파도에도 위험지 몰라요. 마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에서 누리는 자유롭고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이 장애인에게는 지하철에서 몸을 매달고 욕설까지 들어가며 투쟁해도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아요. 이러한 일상의 불평등은 재난 상황에서 더 심화합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불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누구나 큰 배에 타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국내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에서도 제기되고 있어요.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장관은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수중연설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알고보면 피해지역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크지 않은 편이고, 탄소 펑펑 배출해가면서 전 세계에서 돈을 벌어들인 경제선진국은 책임 큰 반면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 영국 언론 <가디언>지에 보도된 투발루 장관 연설 장면

(출처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1/nov/08/tuvalu-minister-to-address-cop26-knee-deep-in-seawater-to-highlight-climate-crisis)



자, 이제 여러분이 나설 때입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불평등을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를 잘 발견하는 것이 시작이겠지요. 그리고 지역별, 성별, 연령별, 소득별 등등 기후위기로부터 피해에 더 취약한 사람들을 찾는 것이 중요할 거예요. 예를 들어 해안가 도시나 마을은 내륙지방보다 바닷물에 더 빨리 잠길 테니 보다 빠른 대응을 마련해야겠지요? 더 좋은 분석과 예측을 해서 불평등한 피해에 대응하는 데에 빅데이터가 좋은 역할을 해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 순간에도 논의에 포함되지 못한 존재가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로 동식물 등 우리 주변의 비인간 생명체들입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재산피해로만 치부되거나 그러지조차 못하지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전제는 좋은 데이터입니다. 그러니 모든 생명을 아우를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좋은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노력하면 위기에 잘 대응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겁니다.

   

                                                             ▲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된 마을에서, 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한 소가 물에 잠긴 채 발견되었다.

(출처 : 제주의소리,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07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