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연재/기고 4]
젠가게임 같은 기후대응
#PeopleNotProfit
9.23 글로벌 지구파업을 앞두고
최정호
빅데이터 혁신공유대학 사업단 / 법학박사
지난 시간에는 꿀벌 실종 이야기를 꺼냈지요. 꿀을 못 먹는 차원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생명다양성 감소로까지 이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아침저녁 일교차가 10도 넘게 벌어져도 잘 지내왔는데, 겨우 1~2도 올라가는 지구 온도가 대수일까 싶어요. 하지만 꿀벌 실종 사태를 보면서 기후변화는 단순한 온도 상승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파괴와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는 많은 과학적 분석과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거든요. 올해 상반기에 상연했던 연극의 제목처럼 기후위기라는 비상사태의 ‘리허설’을 하는 중이랄까요?. 이미 국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라는 국제기구 이름과 이를 통한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노력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전문적인 지식도 이제 모두가 아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요새 같은 분위기에선 기.알.못.(기후위기를 알지 못함)이 존재할 수가 없게 되었네요.
[그림 2] IPCC 제6차 보고서
조금 더 살펴볼까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에서는 ‘파리협약’을 체결해서 기온이 2도 이상은 올라가지 않도록, 가급적 1.5도 이상은 오르지 않도록 하자고 약속했어요. COP는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을 체결하면서부터 매년 열리는 중요한 회의입니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표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만들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들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연관되어 있어요.
물론 그것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제26차 COP를 앞둔 시점 2021년,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10년 늦은 2060년을 목표로 잡으면서도 구체적인 석탄 감축 계획같은 것을 내놓지 않았고요. 세계 3위 탄소배출 국가인 인도는 기후변화의 책임이 선진국에 있다며 NDC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가 얼마전에야 206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며 국내법을 정비했어요.
이런 다툼에는 사실 오랜 논쟁과 미묘한 갈등이 섞여 있어서 해법이 간단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화석연료 펑펑 써가며 이익을 얻은 ‘선진국’이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는 것도, 또 이 모든 것을 선진국 탓으로만 돌리며 무관심한 나라들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다른 나라들의 눈치만 보며 적당히 묻어가려는 나라들도 지금의 위기에 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무너질 젠가의 블록을 빼며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았다는 데에만 집착하는 모습 같지요?
[빅데이터 연재/기고 ④]
[그림 3] 멸종 저항을 위한 과학자 모임의 시위 모습을 담은 보도자료 중
급기야 올해 4월에는 과학자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들 중엔 IPCC에 참여했거나 NASA에 소속된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증명하라는 말인가?” 기후과학이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증명했는데 정책이 답하고 못하다며 항의하는 것이지요. 그레타 툰베리,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시민사회가 부족한 대응에 분노하고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주축이 된 여러 기후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 흐름은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그해 11월의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이 제기한 헌법소원,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이 62명이 제기한 ‘아기기후소송’으로까지 연결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데이터 시각화 서비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 <빅카인즈>에서 ‘기후소송’을 검색어로 하여 기사를 분석해 보았어요.
‘탄소중립기본법’ 또는 ‘녹색성장기본법’으로 불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이라든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즉 ‘NDC’가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이렇게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이 결국 ‘미래세대’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으니 여러분은 위 시각화자료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응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분명한 사실은 더 이상 이윤이 아닌 사람, 지구, 미래를 위한 기후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앞에서 잠깐 언급한 <기후위기 비상사태 : 리허설>이라는 연극에서는 결국 기후위기가 새로운 돈벌이를 위한 슬로건이 되고, 그럼에도 바쁜 일상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는 우리 각자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9.23. 글로벌 기후파업을 앞둔 9월에 모두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