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Bigdat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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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빅잡]바다 데이터, 데이터 바다

등록일 2023-08-02

[연재기고]

 

바다 데이터, 데이터 바다 

 

 

최정호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 법학박사 

(j.choi@snu.ac.kr)

 

중간고사를 마치고어느덧 연둣빛으로 물든 캠퍼스에서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그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어집니다바다문득 바다가 떠오릅니다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한낮의 볕을 받아 한없이 빤짝이며돌고래 떼가 뛰어오를 것만 같습니다그곳에서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고풍력발전소를 만들어 청정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아마도 이미지 속의 바다란 이런 곳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바다는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닙니다일렁이던 반짝임도 잠시거친 풍랑이 몰아치면 배를 전복시키고 해변가를 집어삼킬 수도 있으니까요일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축소시킬 수도 없습니다우리가 관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발전소를 지어 필요한 전기를 얻으며양식장을 만들어 음식을 얻는 사이우리는 돌고래산호암초갯벌과 같은 비인간 존재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으니까요또 그런 이유에서 바다가 순도 100%의 자연이라는 것 역시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부터 연말까지 이어질 연재에서는 바다에 관한 데이터그러한 데이터의 바다로 풍덩 빠져들려고 합니다그런데 왜 바다를 다루려는 걸까요순전히 중간고사가 끝난 캠퍼스의 하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요최근 바다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으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자 양식되던 물살이*들이 떼죽임당하기도 했고요해조류가 대거 죽음에 이르는 갯녹음’ 현상도 계속 보고됩니다해양 쓰레기 문제도 매우 심각해서 이제는 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해상풍력발전소를 짓기 위한 공사 소음이 돌고래에게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치명적 공해라는 것도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함께 지구 공동체를 살아가는 비인간과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지향하고자,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현실의 문제를 두고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예를 들어 작년 말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문제를 강조하는 가운데, 2030년까지 전세계 바다와 육지의 30%를 보호 지역으로 보전관리하기로 했습니다여러 노력 중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양생태계를 지키려는 시도도 있습니다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해양생물학자 더글러스 맥컬리는 해양생태계의 위험을 감지하는 플랫폼을 개발했고요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갯벌 빅데이터 플랫폼을 환경 빅데이터 플랫폼에 구축했습니다

 

폭염폭우와 같은 날씨의 변화는 우리가 쉽게 체감하지만바닷속은 쉽게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하지만 여전히 우리와 얽혀 있는 존재로서 우리는 바다와 뭇 생명체들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들어설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자연을 단순히 자원으로 여기거나 또는 인간의 미적 감각을 투사한 아름답거나 순수한 존재라고만 여기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지구공동체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과 존중하는 관계로 들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도나 해러웨이는눈앞의 자연을 그 자체로 존중하려면 유용함이나 아름다움을 투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을 듣고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그리고 라투르는 자연의 관찰한 과학자 사이에는 언제나 실험기구라는 비인간의 매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이제 우리는 빅데이터를 매개로 우리의 응답능력을 키워보려 합니다함께 가봅시다풍덩!